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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바닷달팽이시(詩)/김수우 2017. 3. 3. 15:09
늙은 달팽이들이 버스에 오른다
매달린 집도 삐딱하니 늙었다
공동어시장 충무동 새벽시장 자갈치시장, 남항(南港)의
비린 터널을 통과하는 30번 버스 안
닳은 관절로 끌고 온 검은 봉지들
비릿한 아침을 물컥물컥 쏟아낸다
온몸 발이 되어
엉금엉금 경사진 하늘을 끌고 가는 비린 몸뻬들
수직을 잊은 지 오래
하지만 쥐라기의 사랑을 잊지 않았으니
비늘로 된 집을 지고 초록 신호등을 매일 기다리면서
시계집 정확당 철물점 대성건재 명성약국 차례로 지나면서
낯익은 지옥도 낯선 천국도 허공처럼 걸어
구부러지고 또 구부러진 몸
한 번도 배우지 못한 하늘의 섭리를 국밥처럼 먹는
떠난 자식 잊힌 안부를 슬리퍼처럼 끄는
저 수학적 기울기
비릿한 점액질에 묻어나는 비밀, 투명하다
무수한 찰나를 미끄러져
우리 앞에 닿은 별똥별
(그림 : 김예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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