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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매화(梅花)를 지나다시(詩)/김수우 2019. 1. 22. 14:48
돌아오는 걸음인가요 떠나는 걸음 걸음인가요
봄눈 갸웃대는 매화나무를
떠나면서 돌아오는 중이라고 말씀하네요
멈추고 흐르는, 한 굽이를
봄눈도 매화도 이미 아는 양 환하니
손을 잡는 일, 손을 놓는 일, 한 켤레 신발이었네요
낯설고 익숙한 머무름이네요
다만 그 경계(境界), 내내 지축이 울리고 있었네요
늙은 빗돌
들고양이 눈빛을 하고 어정대는데빵을 굽거나 경전을 읽거나
바위도 구름도 바위 같은 신화도 기름 같은 농담도
한 그늘 속 제자리였네요
아름다운 기차로 달리는 당신과
푸른 간이역으로 서 있는 내가
한 켤레 사랑이네요
한 잎 봄눈인 당신이 한 잎 봄눈인 나에게
피우는 저 꽃,
쿵! 쿵! 먼 지붕이 흔들리는데당신의 단추는 거기서 망울로 부풀고
나의 소매는 여기서 꽃부리고 반짝이고(그림 : 조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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