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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우리 몸속에 마을이시(詩)/김수우 2018. 5. 15. 09:59
…처음엔 집 한 채였다
길이 생기고, 길목에 다시 한 채의 집송장메뚜기가 살았다, 길이 나고 집 한 채
말없는 이모와 우산풀이 살았다
길이 나고 집 한 채, 집집마다 창이 나고
창문마다 무명 실타래 같은 길이 났다
그때부터 솔방울 하나도 집이 되었다
솔잎 하나가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내 몸속에도 이제, 마을이 생기려는가
배추밭 푸르고 징검돌 놓이고 장날이 서려는가
어느 날 소나무 숲 천천히 걸어 나오려는가
서로 기대야만 겨울강 흐르고
함께 마주 보아야 봄눈 내린다며
몸 안의 하늘, 전깃줄을 타고 흔들리는데
창마다 불빛이 들어온다
내 몸속에도 이제, 마을이 생기려는가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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