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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소금 두 가마니시(詩)/성선경 2016. 8. 3. 17:28
내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
모두 말리면 소금 한 가마니
내 살아남기 위해 흘린 땀
모두 말리면 또 소금 한 가마니
이제 너희 둘을 위해 모두 물려주겠다.
귀찮다 말고, 너무 작다 말고 받아라.
늙은 보부상 같이 헐떡이며 살아온
내 생애는 모두가 부끄러웠으나
그래도 이 둘만은 덜 부끄러우니
이제 너희 둘을 위해 물려주겠다.
소금가마니를 척 멍석에 펼쳐 놓으면
내 무슨 자서전이 필요하며
내 무슨 행장이 필요하랴
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두 귀
너희에게 있으니
이제 이 소금 두 가마니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소태같이 짜거나
곰보같이 얽었을
이 소금 두가마니
아들아 그리고 딸아
이제 다 너희들 꺼다.
(그림 : 김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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