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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백화만발시(詩)/성선경 2016. 8. 3. 17:07
아들이 아버지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텃밭의 장다리꽃이 나비를 부르면
걷지 못하는 아버지의 신발은 하얗다
중풍의 아버지를 모시고 아들은
삼월의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등이 따스워 웃고
아들의 이마엔 봄 햇살이 환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아버지의 웃음엔 장다리꽃이 환하고
장다리꽃은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중풍의 아버지를 모시고 아들은
삼월의 온천을 다녀오는 길이다.
장다리꽃이 나비를 부르는 봄이다
나비가 장다리꽃을 찾는 봄이다
걷지 못해도 아버지 신발은 하얗고
뛰지 못해도 아들은 신명이 나 훨훨
장다리꽃이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배추흰나비가 장다리꽃을 안고 건너는 봄이다.
방금 장다리꽃이 빙긋이 웃고
따라서 배추흰나비가 빙긋이 웃어
장다리꽃이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배추흰나비가 장다리꽃을 안고 건너는 봄이다.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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