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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하여가(何如歌)시(詩)/성선경 2016. 8. 3. 16:56
바람이 분다
바람 따라 머리칼을 흩날리며 살면 어떤가
몇 가닥 새치를 기르며 살면 또 어떤가
단추 한두 개쯤 풀고 살면 어떤가
노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마시며 살면 어떤가
오뎅 국물을 후후 불며 안주삼아 속 풀며 살면 어떤가
자못 신경이 쓰이는 친구의 이야기도 못 들은 척
아니면 글쎄 뒤끝을 흐리며 살면 어떤가
한 번도 꽃답게 핀 적이 없었다고 너를 위해
뜨거운 적이 없었다고 찔끔거리면 어떤가
사는 것이 투사(鬪士)가 아니면 또 어떤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외투깃을 올리고
땅만 보며 걸으면 어떤가
그렇게 살면 또 어떤가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가는 나이
마흔 다섯.(그림 : 고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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