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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봄, 풋가지行시(詩)/성선경 2016. 8. 3. 17:08
도야를 지나 우천, 우천을 지나 중대, 중대를 지나 칠월,
칠월 지나 계팔, 계팔을 지나 미실, 미실을 지나 풋가지,
솔가지 물오른 풋가지 간다.
외로 굽어도 한 골짝, 우로 굽어도 한 골짝,
눈썹 고운 여자를 데리고 첩첩산중.
여기도 한세상 숨어 있고, 저기도 한세상 숨어 있고,
고사리 순이나 꺾으며 한세상 숨어 있고,
넌출넌출 실배암 기어가듯 칡넝쿨 자라는 소나무 아래 장기판이나 놓고
여기도 한세상 저기도 한세상.
여기 장 받아라
초나라가 이겨도 한나절 한나라가 이겨도 한나절.
눈썹 고운 여자랑 때늦은 점심상에
상추쌈이나 한입 불쑥 불쑥 움켜 넣으며 한세상 살았으면,
도야를 지나 우천, 우천을 지나 중대, 중대를 지나 칠월,
칠월 지나 계팔, 계팔을 지나 미실, 미실을 지나 풋가지,
솔가지 물오른 풋가지 간다.
여기도 한 첩(妾)
저기도 한 첩(妾)
첩첩산중(妾妾山中) 풋가지 간다
솔잎같이 짙은 고운 눈썹 만나러 봄날 풋가지 간다.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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