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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여기 모란시(詩)/성선경 2016. 8. 3. 17:22
웬만하면 한 번 돌아보지 그래,
웬만하면 한 걸음 멈추고 되돌아보지 그래,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저 폭포도 단오하게 휙 떨어져 내리기 전 한 번쯤 멈칫하듯이
웬만하면 한 번 되돌아보지 그래,
잠시 할 말을 잊었을 때 머리칼을 쓸어 올리듯이,
봄이 이미 왔더라도 이 추위 잊지 말라고 꽃샘의 바람이 불듯이.
웬만하면 한 번 웃어주지 그래,저 악보가 오선지를 떠나 음악이 될 때 소리통을 한 번 쿵 울리고 더나는 것처럼
웬만하면 한 번 웃어주지 그래,
이미 꽃 진 자리에도 슬쩍 배추흰나비가 잠시 쉬었다 가듯이
웬만하면 웃어주지 그래, 잠시 구두끈을 고쳐 매듯이.
영영 고개를 돌린 이여
가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대여
웬만하면
참 웬만하면.(그림 : 정서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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