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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 선술집 탱고시(詩)/이동순 2016. 7. 18. 14:43
하루해 저물어가네
저 멀리 빗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뱃고동소리 보이네
바다로 나간 해녀들 허기진 마음 등에 지고 돌아오네
비린내 풍기는 항구의 뒷골목으로
늘 먼지 낀 유리창 허름한 탁자
젖은 눈에 서려오는 세상은 희뿌연 안개술집 작부 몇이 둘러앉아
수상한 물안개 데리고 노네 그들 틈으로
담배연기 황급히 도망치네
심심한 갈매기는 텅 빈 부두에서
줄곧 스타카토로 무언가를 날카롭게 보채네
이제 그들의 꿈과 날개는
어느 먼 나라로 훨훨 날아가버렸나쓸쓸한 술집에서
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는 늙은 어부들
오, 그들 살아온 길 보이네
거친 파도와 고장 난 나침판
찢어진 그물코 사이로 빠져 달아난 물고기
그 끝으로 서둘러 떠나간 여인이
눈에 암암 떠오르네(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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