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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 담아 온갖 거기 서서 무얼 막노
바닷물을 막았으니 해변가엔 방파제요
여름 홍수 막으려고 시냇가엔 방죽이라
김장밭에 들어가는 개닭 막는 개바자요
수수깡 갈대풀로 촘촘하니 울바자라
대로 엮은 대울타리 돌로 쌓은 돌담이요
흙돌 반죽 돌죽담에 꽃수 놓은 예쁜 꽃담
깨진 기와 담에 박은 디새죽담 보기 좋네
돌멩이를 배 맞추어 마주 쌓은 맞담이요
석비레로 쌓았으니 이름조차 석비레담
담벽 아랜 수북하게 돌무더기 밑뿌리요
작은 돌을 포갰으니 보말담이 그것이라
자갈돌을 쓸어모아 차곡차곡 사스락담
일년 농사 물 대주는보를 막아 봇둑일세
탱자 두릅 심었어니 산뜻하다 산 울타리
뽕나무가 울이 되자 울뽕나무 멋스럽네
빈터를 에워싸서 쓸쓸하다 빈담이요
사방겹겹 빙 둘러쳐 답답하다 엔담이라
함석으로 높이 세운 붉게 녹슨 저 양철담
한번 가면 다시 못 볼 교도소라 벽돌담아
내 땅 속의 남의 땅 된 미군부대 꼬부랑담
담 중에도 가장 흉한 가시쇠줄 철조망담
남북간 영호남에 서로 막는 쌀쌀한 담
이 담 이 담 다 허물고 웃음소리 만나보세
(그림 : 김현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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