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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 풍경소리시(詩)/이동순 2016. 7. 18. 14:39
그 식당 추녀엔
물고기가 달아나고 종만 댕그랗게 남은
풍경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쓸쓸한 모습을 보며
내가 물고기를 만들어 달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비 오던 밤
나는 청동물고기를 만들어
비늘도 새기고 지느러미도 새기고
마지막엔 눈알을 새겼답니다
그 청동물고기를 품에 안고
혼자 있던 종에게 다가가
달아주었어요
한 순간 바람이 일며
물고기가 종체를 일깨웠지요
한없이 맑고 낭랑한 소리가
꽃향기처럼 피어나
반곡지 쪽으로 불어 갔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풍경소리를 들었습니다반곡지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저수지
(그림 : 이장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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