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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 아우라지 술집시(詩)/이동순 2017. 7. 22. 19:32
그해 여름 아우라지 술집 토방에서
우리는 경월소주를 마셨다
구운 피라미를 씹으며 내다보는 창밖에
종일 장마비는 내리고
깜깜한 어둠에 잠긴 조양강에서
남북 물줄기들이 서로 어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염이 생선가시같이 억센
뱃사공 영감의 구성진 정선아라리를 들으며
우리는 물길 따라 무수히 흘러간
그의 고단한 생애를 되질해 내고 있었다
사발그릇 깨어지면 두셋쪽이 나지만
삼팔선 깨어지면 한 덩어리로 뭉치지요
한순간 노랫소리가 아주 고요히
강나루 쪽으로 반짝이며 떠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흐릿한 십촉 전등아래 깊어가는 밤
쓴 소주에 취한 눈을 반쯤 감으면
물 아우라지고
사람 아우라지고
우리나라도 얼떨결에 아우라져 버리는
강원도 여량땅 아우라지 술집.(그림 : 이상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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