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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 목화다방시(詩)/이동순 2017. 11. 23. 09:46
목화다방을 아시나요
상주 은척 면소재지 장터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숨어서 빠끔히 내다보는
간판 하나가 걸려 있는데요
거기 쥔 마담은
한 자리에서 사십 년 넘도록
시골다방을 지켜 왔대요
봄바람 가을비가 몇 번이나 지나갔나
어느 틈에 회갑을 넘겼다며
배시시 웃는 마담 눈가에
잔주름이 오글오글 돋아나네요
난로 옆에는
칠순이 넘어도 여전히 건달기 가득한
은척 영감님들 서넛
고스톱 치느라 옆 돌아볼 틈도 없는데
국자도 주전자도
벽에 걸린 액자도 불알시계도
모두 모두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앉은
골동품들이랍니다
상주 은척 목화다방 소파에 앉으면
나도 저절로 골동품이 됩니다(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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