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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이
언덕길에 만발한 봄
경남 합천군 야로면 나대리
노인정에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열다섯이나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넷은 경북사람
나머지는 모두 경남사람들입니다
경계가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니
그냥 행정구역상
경남 경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원래부터 한 마을 주민들입니다
오늘은 부엌에서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경북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미나리 콩나물
경남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고사리 참기름 고추장이
한 그릇 안에서 맛있게 비벼집니다
그 다정함이여 사랑스러움이여
모두들 쓱싹쓱싹 비벼서
볼우물이 옴쏙옴쏙 먹으며 마주 봅니다
보면서 웃습니다
이게 바로 세상살이 행복입니다
오, 위대한 비빔밥
남과 북도 이렇게 만나서
하나로 비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통일도 얼마나 쉬울까요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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