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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그쳤구요
햇발이 발목 젖지 않게
살금살금 벚꽃길을 거니는 아침입니다
더러는 꽃잎 베어문 햇살이
나무늘보마냥 가지에 발가락을 감고 있구요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드러낸 버드나무가
푸릇푸릇한 생머리를 바람에 말리고 있습니다
손거울로 힐끗힐끗
버드나무 엉덩이를 훔쳐보는 저수지
나도 합세해 집적거리는데
얄미웠을까요얄미웠겠지요
힘껏 돌팔매질하는 그녀
손끝을 따라 봄이 튑니다
힘껏 돌팔매질 하는 그녀
신나서 폴짝거릴 때마다
입가에서 배추흰나비떼 날아오릅니다
나는 나를 잠시 버리기로 합니다
(그림 : 김성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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