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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 오이를 씹다가시(詩)/박성우 2016. 8. 10. 17:05
퇴근길에 오이를 샀네
댕강댕강 끊어 씹으며 골목을 오르네선자, 고년이 우리 집에 첨으로 놀러 온 건
초등학교 오학년 가을이었네
밭 가상에 열린 조선오이나 따줄까 해서
까치재 고추밭으로 갔었네
애들이 놀려도 고년은 잘도 따라왔었네
밭을 내려와 도랑에서 가제를 잡는디
고년이 오이를 씹으며 말했었네
나 는 니 가 좋 은 디
실한 고추만치로 붉어진 채 서둘러 재를 내려왔었네
하루에 버스 두 대 들어오는 골짜기에서
고년은 풍금을 잘 쳤었네
십오리 길 교회에서 받은 공책도 내게 줬었네
한 번은 까치재 밤나무 아래서 밤을 까는디
수열이가 오줌싸러 간 사이에
고년이 내 볼테기에다 거시기를 해버렸네질겅질겅 추억도 씹으며 집으로 가네
아무리 염병 떨어도
경찰한테 시집 간 고년을 넘볼 순 없는 것인디
고년은 뱉어도 뱉어도 뱉어지지 않네
먼놈의 오이꼭다리가 요렇코롬 쓰다냐(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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