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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 새벽 두 시시(詩)/이지엽 2015. 11. 4. 09:52
새벽 두 시에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다
햇살에 밥 비벼 쌍치쌈하던 은근 쓸쩍 영철이와
뭔가 또 뚱한 일판 벌여 눈 부라리고 있을 울산의 일근이
보고 싶다. 설사는 멎었나 바다 건너 동찬이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거 봐 자네 아니면 아야 잠좀 자라 지발
그러는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렇게 부르던 친구는 멀리에 있고
그렇게 잔투정부리던 어머니도 너무 멀리에 있다
산은 어두워질수록 하늘과 숲을 그러안고
세상의 모든 경계를 지우며 살과 살로 만나는데
멀어지는 것은 사람만의 일, 몸은 거기 어디쯤 내려
낙엽을 태우며 소주 한 잔,
바람의 눈썹 밑에 날리는 쓸쓸함 한 줌이거나
낡은 빗자루에 쓸리는 먼지 만한 그리움이더라도
시랑고랑 머물고자 하나
마음은 벌써 청동 종소리, 그 흰 눈밭을 건너간다(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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