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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한 척
잔파도가 깨워도
뭍으로는 더 밀리지 않겠다고
늙은 노을을 붙잡고 주저앉았네
가끔 저녁 바다가 적막해
물수제비를 날려보지만
조는 듯 죽은 듯
저 배는 미동도 없네
조타실 난간 위에 사뿐 내려앉은
저 갈매기 한 마리
이 배의 주인인 듯, 배의 정수리에
비린 주둥이를 닦고 있네
폐선에겐
갯바람에 허리 굽은 적막이 제격
흘리고 간
물새 울음 쪼가리가 제격
갈매기 입술보다 더 붉은 노을이
날마다 찾아주지 않았다면
저 폐선,
오래전에 숨을 놓았을 것이네
(그림 : 이강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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