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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 채곽기(採藿期)시(詩)/서상만 2015. 9. 14. 12:34
여기서 저기 안 보이는 데까지
대물림해 온 긴 연안이 한때
아버지 삶의 터전이었을 때가 있었다
해마다 차가운 봄 바다에
까만 미역 잎이
무성한 파도를 이겨낸 개선장군처럼
깃발을 흔들고
달포 내내
쇠스랑으로 베어 올린 물미역을
자갈밭에 펴 말리며
바람과 볕에 타들어간
아버지 손등은 하얀 간꽃이 피었다
춘궁 앞엔 선비도 없었다
마른미역을 방 가득 쌓아두고
천하 제일 부자처럼 잠자던 아버지
코고는 소리에 먹물도 다 말랐다
채곽기(採藿期) : 미역을 채취하는 시기
(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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