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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 술 익는 치마시(詩)/서상만 2014. 10. 11. 10:46
시골 온돌방 아랫목이 구들화기에 거머번지르하게
눌어붙은 장판을 보면 생각난다
내 나이 겨우 네댓 살
어머니는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꼬들꼬들하게 식힌 고두밥을
얼금얼금 대충 빻은 누룩에 골고루 섞어 술옹차리에 담고
시원한 우물물을 자분자분하게 부울 때 참깨 한줌 뿌려
그 위에 솔잎을 솔솔이 덮으면 고만 약술이 되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밀주단속 나온 주재소원들을 내보내느라
아랫목에 떡 버티고 있는 그놈의 술옹차릴, 순간
당신 치마 속으로 덥석 숨겼지 뭐야
어머니는 일부러 이마에 손을 얹어 끙끙 앓는 소릴 내며
-아 우리 집은 그런 것 없소 마
-아이고 머리야
어머니 치마 속에는
뽀글뽀글 술 익는 소리며,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 말이여(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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