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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 대짜고무신시(詩)/서상만 2014. 10. 13. 01:08
“대짜고무신 한번 보입시더!”
내 나이보다 서너 살을 앞서 부르던 어머니
장날 시장골목으로 들어서면
내 발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발가락이 헛도는 대자고무신을 신고
터덜터덜 산길을 걸었다
고무줄로 발등을 칭칭 조여도
발보다 앞서가는 문수에
십리 길 오리 밖에 걷지 못했다어느 날
흐르는 강물에 신발 한 짝을 던져버리고 돌아온 날
회초리를 내려놓은 어머니는 돌아서서 우셨다고무신처럼 질긴 가난과 억척스런 어머니
내 발보다 작아진 어머니를 만나고 올 때면
헐렁한 신발 하나가 헐떡거리며 내 뒤를 따라왔다잃어버린 신발을 찾으려고 나는 평생을 헤맸다
발 치수 마음치수 꼭 맞는 짝을 찾아
먼 길 함께 걷고 싶었다주인 잃은 신발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
오늘도
외짝 헌 신발을 끌고 무작정 걷는다(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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