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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굽은 소나무 한 그루시(詩)/성선경 2015. 7. 6. 14:21
그래 늘 그곳에 있었지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사철 풍경을 다 담아내고 있었지
아직도 지게목발 내던지지 못하고 있었지
선산 발치쯤 벌초하는 밀짚모자같이 있었지
낡은 호미같이 등이 굽어 있었지
가끔 소문처럼 새 한 마리 불러들이거나 날려 보내며
헛간의 녹슨 낫같이 오래오래 있었지
그냥 향교 고갯마루를 쳐다보고 있었지
눈곱이 낀 눈으로 가끔 하늘을 쳐다보곤 했었지
아침이나 저녁 꼬리 긴 그림자같이 있었지
너무 오래 그곳에 있어 가끔은 잊고 있었지
망두석같이 까마득히 잊고 있었지
그래 늘 그곳에 있었지
노을이여
주르륵 눈물짓는 옷자락이여
잊었다고 말해도 잊혀질 수 없는
너무 낡은 풍경이여
(그림 : 이섭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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