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선경 - 우린 가포 간다시(詩)/성선경 2016. 4. 24. 14:48
혹 애인이 없거나 어쩌다 애인이 생겨도 우린 가포 간다.
내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그 기분을 어쩔 수 없을 때
또는 그런 친구와 싸우거나 싸우려 우린 가포 간다.
명태전 동래파전 막걸리 꼼장어 구이 소주 한 잔
우울한 봄날 마땅히 할 일 없는 토요일 우린 가포 간다.
바다는 한 접시에 다 담길 듯 작아도
이제 여대생이 되었다고 머릴 볶은 스무 살도
군대에 간다고 쌍고래를 떠는 머슴애의 울음도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뻥튀기 같은 얇은 의리도
담배꽁초 같이 나누던 우정도
금세 지워질 낙서 같은 맹세도 다 받아주던 바다
그곳으로부터 봄은 온다고
우린 지금도 가포 간다
가포(歌浦)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그림 : 임종례 화백)
'시(詩) > 성선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선경 - 벌목(伐木) (0) 2016.06.27 성선경 - 서른 살의 박봉 씨 (0) 2016.06.27 성선경 - 마음에 길을 내다 (0) 2016.03.21 성선경 - 굽은 소나무 한 그루 (0) 2015.07.06 성선경 - 경상도 사투리 (0)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