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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서른 살의 박봉 씨시(詩)/성선경 2016. 6. 27. 17:19
- 삶 구두 한 컬레
내 육신은 무슨 쇠로 만들었기에
밟히고 닳음이 이다지도 대단하냐
오뉴월 하루, 땀에 젖은 일과를 벗고
아직도 더운 석양 무렵의 땅바닥에 몸을 누이면
아아 어디쯤에서 우리가 닿아야 할
빛나는 마을의 어귀가 보일까
또 아침이 밝으면 어제의 편지를 털고
깨끗이 빛나는 얼굴로 광택도 내어보지만
율도국으로 떠난 길동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어도 크고 작은 돌멩이들은
이 산 저 들에서 여전히 길을 막고
신기료를 찾아서 낡은 뒷굽을 갈아도 보지만
위 덩더듕셩 태평성대
다같이 평등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온 산에 철쭉이 피어도
때맞춰 구절초가 져도
날이 새면 내가 가야할 길은 끝없는 구절 양장(그림 : 박성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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