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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마음에 길을 내다시(詩)/성선경 2016. 3. 21. 23:27
누대로 이어진 세거지에서도
굽은 남기 선산을 지키듯
저렇게 얼마간 굽은 길들이 아름답다고
굽고 휘어진 것들이 온전하다고
아주 사십 고개도 훨씬 넘어서야 알아채곤
향교에서 고개 넘어 걸어가는 억만리 청학동
자연스럽게 우거진 산길 같은
내 꿈길로 마음 찾아갑니다.
마음의 내 길도 펑퍼짐하게 쪼그리고 누워 되새김질을
하는 암소같이 암소 등허리같이 아주 조금 휘고 굽게 그려봅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저 화살같이 과녘을 향해 곧바로 달려가면 어쩜 가슴 한 켠이 화살을 맞은 것처럼 우 우
겁이 나 몸을 틀어 먼저 피하고 싶은 것 아니겠냐고 조금은 머뭇거려지는 만큼 에둘러 한 호흡 늦추어봅니다.
마음 속 탁구공같이 수없이 직선으로 왔다갔다 치고받았던 말들도 어쩜 하고
풀 이름이나 나무 꽃 이름들로 빗대어 두 발자국 쯤 다가갔다 한 걸음쯤 물러나봅니다.
조금이라도 빗나간 것은 빗나간 것이란 말도 조금 인간적이었다거나 낭만적이다고 바꾸어봅니다.
물러났다 다시 다가오는 파도같이
우리 사랑은 결국 울렁거리는 것 아니냐
수평선이나 지평선같이
잠깐 의심이 드는 만큼 휘어지면서.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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