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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경상도 사투리시(詩)/성선경 2015. 7. 6. 14:19
그래 우리 기쁘게 만날라치면
아이구 문둥이다 툭사발이
마마 곰보자국의 보리방구다
노름 숭년의 장리쌀 야반도주도
삼사 년 기별없다 돌아온 딸년도
취바리 곰배팔이 얼싸안으며
이 망할 것아 한 마디 툭 던지면
소나기 한마당 시원하게 약 되듯이
찬밥에 땀 흘리는 풋고추도
오뉴월 막장에 배부른 악담도
아이구 문둥아 문둥아 문둥아 달려오면은
보라 비 갠 두 척의 청정한 솔이파리 하나
맺힌 방울들을 썩 걷어치우는 것을
보라 우리가 저 산 같이 성큼 다가서
서로 문드러지도록 맞비빌 수 있다면
청보리면 어떠랴 문둥이면 어떠랴
해방둥이 김서방이 짐서방이 되어도
동란둥이 최서방이 치서방이 되어도
취바리 언청이 문둥이라도 좋을
우리말이여, 경상도 사투리여
그래 우리 기쁘게 만날라치면
아이구 문둥이다, 툭사발이
마마 곰보자국의 보리방구다.(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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