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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개치나루시(詩)/성선경 2015. 4. 19. 23:36
역에서 역으로 떠도는
허튼소리도 짙고 옅음이 있어
행상 마부들도 다 잠든 별 아래
강의 긴 혓바닥만이
모래톱을 핥다가 산모롱이를 돌아
건너편 언덕을 더듬고
적막이 고여 물오리 늪처럼 존다
우리가 간혹 왼쪽으로
누웠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눕듯
여기에서 또 여기로
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몸을 튼다
북두칠성이 둥둥 팔을 걷어붙이고
물에 빠진 달을 건져 올리는 하동
떠돌던 신발들도 다 조는 축대 위
혼자 잠꼬대를 하는 적막은
이미 많이 기울어졌다 여름밤
잠이 부족한 솔숲은 몸을 한 번 후두둑
털고는 다시 숨소리도 가늘게 코를 곤다
역에서 역으로 여기에서 여기로
허튼소리도 짙고 옅음이 있어
구름이 구름을 가리는 밤
물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또 몸을 튼다
꿈속에서도 솟대는 왜가리 잠처럼
외발로 서서 깜짝 깜짝 조각별로 놀래고.
개치나루 : 원주 부론면에 있는 나루다. 개치나루에서 남한강 제방을 따라 걸으며 충주에서 여주로 흐르는 남한강과
원주에서 여주로 흐르는 섬강을 볼 수 있다
(그림 : 이혁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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