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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그늘이 짙은 외갓집 뒤란에서 한 평생을 늙어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보석처럼 박혔을 큰외숙모
나는 태어나 백일 전후 그 큰외숙모의 젖을 먹고 자랐다.
내 위로 외사촌 형이 한 분 아래로 나와의 한 살 터울 외사촌 여동생이 하나
그 사이에서 내 살겠다고 연꽃 같았을 외숙모의 젖을 악착같이 빨았을 나는 참 미운 덩굴이었을 텐데
이제 팔십이 내일 모레 한 노인이 되었어도 아들같이 나를 기다려 동동주를 담는다.
나는 모른 척 동동주 몇 잔에 술이 올라 불쑥 젖값이라 봉투 하나 내밀고 돌아오는데
언제 따셨는지 뒤란의 석류 하나 손 쥐어주며 길 가며 먹어라 속 파인 석류 같은 웃음 하 웃으신다.
참 보석은 늘 감추어진 곳에 있다
숨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
숨길 수 있는 가장 깊은 곳
그 곳에 있다가 어느 날
눈물같이 확 쏟아진다
내 또 다른 어머니.(그림 : 정서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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