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선경 - 장진주사(將進酒辭)
    시(詩)/성선경 2014. 9. 24. 23:29

     

    살구꽃 피면 한 잔 하고 복숭아꽃 피면 한 잔 하고

    애잔하기가 첫사랑 옷자락 같은 진달래 피면 한 잔 하고

    명자꽃 피면 이사간 옆집 명자 생각난다고 한 잔 하고

    세모시 적삼에 연적 같은 저 젖 봐라 목련이 핀다고 한 잔 하고 진다고 한 잔 하고

    삼백예순날의 기다림 끝에 영랑의 모란이 진다고 한 잔하고

    남도의 뱃사공 입맛에 도다리 맛들면 한 잔하고

    봄 다 갔다고 한 잔 하고

    여름 온다 한 잔 하고 초복 다름한다고 한 잔 하고 삼복 지난다고 한 잔 하고

    국화꽃 피면 한 잔 하고

    기울고 스러짐이 제 마음 같다고 한가위 달 보고 한 잔 하고

    단풍 보러 간다고 한 잔 하고

    개천은 개벽이라 하늘 열린다고 한 잔 하고

    입동 소설에 첫눈 온다고 한 잔 하고

    아직도 나는 젊다고 한 잔 하고

    아랫목에 뒹굴다 옛시를 읽으며 한 잔 하고

    신명 대접한다고 한 잔 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한 잔 하고 또 한 잔 하고
    그런데

    그런데
    우리 이렇게 상갓집에서나 만나야 쓰겠냐고
    선배님께 꾸중들으며 한 잔 하고

    아직도 꽃 보면 반갑고
    잔 잡으니 웃음 난다고
    반 너머 기울어진 절름발이 하현달.

    (그림 : 박순철 화백) 

    '시(詩) > 성선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선경 - 경상도 사투리  (0) 2015.07.06
    성선경 - 서학사(捿鶴寺) 가는 길  (0) 2015.07.06
    성선경 - 개치나루  (0) 2015.04.19
    성선경 - 달 따러 가는 저녁  (0) 2015.04.14
    성선경 - 석류  (0) 2014.08.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