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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 바닷가에 서면시(詩)/시(詩) 2015. 6. 15. 00:57
탄불에 끓는 소라와
뽕짝소리를 종이컵에 담아 파는 아저씨, 땀을 닦으며
쥐포를 굽는 아줌마의 노동 앞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뽕짝노래가 메들리로 이어지면서 울려 퍼졌다
내 구두처럼 무겁게 흰 갈매기가 날면서 울었다
바닷가에 서면 왜 몸을 흔들고 싶어질까
깊은 바다 속 문어처럼 스무스하게
팔다리를 흔들고 춤추고 싶을까
바닷가에 서면 뛰어오르는 물고기같이 싱싱해져
끝 모를 슬픔의 깃발을 집어 던지고
자유롭고 호기심에 찬 시선이 방파제처럼 길게 뻗어갔다
천박하게 울어대는 뽕짝이
비치보이스의 노래보다 기분 좋을 때
바닷바람과 가을과 가을 타는 사람들이
하염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림 : 이완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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