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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 공양(供養)시(詩)/시(詩) 2015. 6. 15. 00:47
절에서 사는 개야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개야
어쩌다 절밥을 먹게 됐다 이건데
그래 고기 한 점 없는 절밥, 맛 있냐 맛 없냐
그래도 공양이란 거 싹 싹 비울 만하냐
어떻냐
아직 멀은 것 같다
밥을 먹다 말고도 숲속 저 편으로
귀를 바짝 세우질 않나 짖지를 않나
사람만 보면 몸을 기며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척하는 것이
아직 멀었다.
가소롭다
개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할 때마다
몸쪽 어디선가 풍경(風磬) 소리가 나오는데
아마 처마 끝 종에 달린 물고기라도 낼름 삼켰을라구
그랬을라구
다만 개야 나는 네가 오래오래 개이기를 바라겠다
(그림 : 김동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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