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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 석이(石耳)버섯시(詩)/시(詩) 2015. 6. 15. 00:06
지리산 아래 가채 마을에 사는 김판개 씨는
오늘도 제 몸에 밧줄을 묶고
절벽을 탄다
벼랑 끝에 매달려
바위의 귀때기를 딴다
멀리서 바라보면 절벽 끝에 매달린 김판개 씨
틀림없다, 꼭 바위에 한 쪽 귀때기 같을 거다
먹어본 적 있는가, 오독오독 씹히는 귀때기 무침!
커다란 양푼 속
시커먼 바위의 귀때기들을
주물럭주물럭 양념을 하고 무치는
김판개 씨 아내의 솥뚜껑만한 손이여
저 절벽 저 바위덩어리들도 궁금하긴 궁금했나봐
해마다 해마다 귀때기 내미는 걸 보면
이 세상 한 소식 듣고 싶긴 듣고 싶었나봐
외로움과 침묵과 묵언정진이
저 바위덩어리한테도 참 어렵긴 어려웠나봐
석이(石耳)버섯 : 석이과 석이속인 지의류의 일종으로 1,000m 이상의 깊은 산 양지바른 바위절벽에 붙어서 자라는 엽상지입니다. 지의체는 지름 3∼10cm 인데, 간혹 20cm 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모양은 넓은 단엽상으로 거의 원형이고 혁질인데 가뭄이 들어서 바위가 건조해지면 양 끝이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 마치 꽃이 오그라든 모습을 하고 있다가 다시 비를 맞으면 암갈색으로 납작하게 바위에 붙어서 습기를 빨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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