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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련 -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시(詩)/시(詩) 2015. 6. 14. 19:27
기차가 지나간다
마을이 붕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마을을 지키는 정자나무가
기차 소리에 휘청 몸을 기울이고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의 지붕이 들썩인다
혼자 익은 담장 밑 앵두가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고
텃밭의 열무와 상추 잎들이
새파랗게 기절한다하루에 서너 번 지나는 기차는
열차의 칸 수만큼
얼굴을 디밀고 순식간에
세상에서 들은 얘기를 쏟아놓는다
너무 빨리 말해 잘 알아들을 수 없어도
심심한 마을은 접시꽃 한 사발 대접하며
숨찬 그의 말을 듣는다기차가 지나는 마을엔
기차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가 다 지나 갈 때까지
누구나 입을 다물고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일방적인 아내의 잔소리도
그의 발자국 소리를
이길 수 없다(그림 : 류명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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