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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면 시골집 뒷간들이 들썩인다
쌓아 놓았던 곰삭은 속들을 퍼내 개울물에 쏟아버린다
하루걸러 똥 퍼 대는 냄새로 마을은 욱, 욱, 욕지기를 하고
아이들은 코를 싸잡은 채 구경삼아 몰려다닌다
더러워, 더러워, 똥지게 뒤를 졸망졸망 따르다보면
하늘은 기어이 어두워지곤 했다
속을 비워낸 뒷간은 휑하니 깊다
어린 녀석들은 얼마간 누이 손을 잡고서야 힘을 쓸 것이다
새로 오린 신문지가 걸리고 뜯는 달력이 걸리면 즐겁다
어디선가 낯익은 냄새가 퍼진다
뉘집서 오늘 똥 푸나보다
부침개를 뒤집으며 어머니, 개울물 많이 불었으니 나가지 말라신다.(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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