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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영 - 물봉선 지는 소리시(詩)/시(詩) 2015. 6. 15. 20:57
초가을 수종사 삼정헌
찻물을 우리며
다포에 놓은 수를 들여다본다
나도 수를 놓고 있다
둥근 수틀에 팽팽하게 당겨진
무명천 위에 한 땀 한 땀
물봉선 꽃잎을,
착한 사람의 눈물을 새기고 있다
목숨 걸고 사랑하겠다며 흘리던 눈물
못내 버거워 시들어가는 얇디얇은 꽃잎
황홀하게 피어나던 꽃숨 닮은 어진 사람아
땀땀이 바늘 지나간 자리
우리 약속 꽃자리로 수놓이고
돌층계 아래 물봉선 지는 소리
두물머리에 섞여 끝 모를 곳으로 흘러간다.
(그림 : 김설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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