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천 - 순간의 화음(和音)시(詩)/정윤천 2015. 6. 11. 11:42
산이(山二)라는 면소의 풀길 위에서
아무래도 잘못 든 것만 같은 길을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입부터 한참이나 에돌아 왔노라고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갔음직한 맨 종아리가 붉은 소녀는
아슬한 손사래짓 추켜세워 왔던 길 돌려세우려는데
손 끝 따라 바라본 고개 너머 하늘이
어쩌면 저렇게도 흘러내릴 것만 같은
황토 빛이다.일순보다도 더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다만 그 하늘빛만으로, 잡스런 세상일이 무망해지고 만
두 사람의 눈길이......
사위가 온통 먹먹한 정지에 휩싸이고 말았을 때
가야 할 길의 행방 같은 것이야
아예 심중에서 사라져 버리고 없었던 것이다.(그림 : 성하림 화백)
'시(詩) > 정윤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윤천 - 마흔 살 너머, 새벽 기차 (0) 2015.06.11 정윤천 - 호된 옛노래 (0) 2015.06.11 정윤천 - 나는 아직 사랑의 시를 쓰지 못하였네 (0) 2015.06.11 정윤천 - 폐역 (0) 2015.06.11 정윤천 - 봉식이의 밥 (0) 201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