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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야
너를 문득 기억하다가 잠에 들었던 밤이면
쑥국새 울음소리 닮은 쓰라린 기억
여직 꿈속에서도 상기 선연했어야
그냥 떠올리는 일 하나만으로도 눈물 금새 비쳐오던
내 열여섯의 저쪽, 봉긋한 첫사랑의 부끄럼일랑
결국은 네게 바치지 못하고 말았지만
거기 옛날 같은 우리들의 푸른 하늘이야
철없던 가시내의 노을 뜬 가슴같이
모진 한순간에 쉬 변하지 않겠지야
나는 이제 우리들이 자주 갔던 오디밭 지나
애장터 돌각담 위에 파릇이 맺혀 있던
그날의 새침한 들쑥이 아니고 인례가 아니고......
언젠가 내게 손목잡혀 나섰다가 너는 먼산
알뫼봉 뽁데기 보고 있거라
살짝꿍 몰래 돌아앉아서 조심스레 찔끔찔끔
오줌 누었던 자리에는
새초롬한 부끄럼으로 귀밑볼도 환히 붉혔을
인례의 흔적 하나 아직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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