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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중신 선 일 없다는데
지들끼리 눈 맞춰 입도 맞췄다는데
때깔 곱던 윗말 김가 딸내미
여울물 닮은 삼삼한 눈빛
볼우물 깊던 그 값 했다는데
아랫골 알부자 조생원댁 외아들이고 보면
연애도 한번 알토란으로 저질렀다는
동네 아낙들 농지거리가 빈말만은 아니었는데
처지 나는 집에, 그것도 손 귀한 집으로
무망간에 딸년 들인 윗말 김가 처는
첫날밤
늦저녁 토방가에 별빛 불러 축원했는데
떡두꺼비 고추도 서넛 구시렁구시렁 빌고
시어른 남편 사랑도 고시랑고시랑 빌었는데
모두 다 잠든 그 밤의 뒤끝을
한 사람은 오래 남아 뜬눈 밝혀서
두세두세 지새웠는데
아는지 몰라라
팔베개로 진한 잠 든 신랑각시야
저 방문 밖의 바람 소리 닮은
그 누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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