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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춘양행(春陽行)시(詩)/정윤천 2015. 6. 11. 11:21
키 높은 미루나무 들길 꾸불텅 지나
석정리 큰고모네 처음 갔을 때
고모는 살가운 마음 주름진 눈매에도 어려
그날따라 닷새장, 해어름 파장터에서
당신의 속마음 닮은 두툼한 털실 스웨타 한 벌
말없이 내게 사 입혀 주시더니
처녀적의 보름달 둥근 얼굴로
왠지 그렇게 환해지시고 말았던가
식구들 해저녁의 저문 기다림 속으로
납석광 겨운 일 늦은 덥수룩한 고숙은
오종종 키 작은 걸음 기우뚱 비틀려 오셔
어따! 요놈 누구냐 많이 컸구나......
매큼한 막술내음 끼친 횡설거림 길고
어언 나는 서른녘, 그날의 고숙을 닮은
고단한 월급쟁이 행색
심심찮게 읍면 구석에 출장 나댕겨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오늘은 춘양면春陽面 간다
춘양면(春陽面) :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그림 : 김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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