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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천 - 어디로숨었냐, 사십마넌
    시(詩)/정윤천 2015. 6. 10. 12:04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것다.

    요런말 안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는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받았다.

    다음날 주머니 털고,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쩐 육십마넌만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빼끼 안되부요야.

    멫일만 지둘리면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참 거시기허요야.

    어찌것소. 헐헐, 요새 사느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그림 : 구성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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