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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애기 똥 맞아시(詩)/정윤천 2015. 6. 10. 11:40
길가에 애기똥풀 꽃 폈습니다
30년 전에도 꼭 이처럼 펴 있었습니다
하굣길이 같았던 정님이 고 가시내는
궁금한 것도 참 더럽게 많았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이쁜 꽃더러 애기똥풀이라
붙였을까고, 따지듯이 나한테 물었습니다
하필이면 똥꽃이라 붙였다냐고
눈꼬리도 제법 샐쭉하게 치켜다보았습니다
내가 아냐, 나도 잘 모르겠다고
옷소매 잡아끌며 길 재촉 서둘렀는데
애기 똥 맞다고
애기 똥 맞다고
지나가는 할머니가 고개 주억거려주었습니다
장바구니 내려놓고 할머니도 똥꽃에 눈길 주었습니다
꽃대궁이랑 살째기 꺾어보면 참말처럼 공갈처럼
애기 똥 물 비칠 거라 하였는데
그 말씀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 참견 맞아 맞아
하는 듯이, 꽃잎은 바람결에 살랑거렸습니다
30년 지나서 나도 누구에겐가 애기똥풀 일러주는데
꽃잎은 꼭 그때처럼 애기 똥 빛 환하게 물들었습니다.(그림 : 조선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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