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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시(詩)/김선우 2015. 5. 24. 10:28
세상에 소음 보태지 않은
울음소리 웃음소리 그 흔한 날개짓 소리조차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뿔도 침도 한 칸 집도 모래 무덤조차도
배추흰나비 초록 애벌레배추잎 먹고 배추흰나비 되었다가
자기를 먹인 몸의 내음
기억하고 돌아오는 모양이다
나뭇잎 쪽배처럼 허공을 저어 돌아온
배추흰나비 늙어 고부라진 노랑 배추꽃 찾아와
한 식경 넘도록 배추 밭 고랑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지니고 살지 않아도
무거운 벼랑이 몸속 어딘가 있는 모양이다
배추흰나비 닻을 내린
늙은 배추 고부라진 꽃대궁이 자글자글 끓는다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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