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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대관령 옛길시(詩)/김선우 2014. 9. 30. 12:02
폭설주의보 내린 정초에
대관령 옛길을 오른다
기억의 단층들이 피워올리는
각양각색의 얼음꽃
소나무 가지에서 꽃숭어리 뭉텅 베어
입 속에 털어넣는다, 화주(火酒)―
싸아하게 김이 오르고
허파꽈리 익어가는지 숨 멎는다 천천히
뜨거워지는 목구멍 위장 쓸개
십이지장에 고여 있던 눈물이 울컹 올라온다
지독히 뜨거워진다는 건
빙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
붉게 언 산수유 열매 하나
발등에 툭, 떨어진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져
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
빙화의 대관령 옛길,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
겨울 자작나무 뜨거운 줄기에
맨 처음인 것처럼 가만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너도 갈 거니?(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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