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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단단한 고요시(詩)/김선우 2014. 9. 26. 23:16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 길 날아온 늙은 잠자리 채머리 떠는 소리
멧돌 속에서 껍질 타지며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 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근대며 어루만져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 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인사 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아주는 소리
도마 위에 다갈빛 도토리묵 한모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에 비로소 생겨난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 저토록 단단한,(그림 : 안정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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