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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오동나무의 웃음소리시(詩)/김선우 2015. 3. 8. 00:32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는데문 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뜨듯한 흙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 내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 내린 것인데
소리 한번 좋구나! 그중 맏언니가 운을 뗀 것이었다젊었을 때 왜 그 소릴 부끄러워 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창피해지더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더 넓게, 더 따뜻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자라는지 몰라,
궁금해하며 여자들 깔깔거리는 사이
문 밖까지 땅 끝까지 강물소리 자분자분 번져가고푸른 잎새 축축 휘늘어지도록 열매 주렁주렁 매단 오동나무가 흐뭇하게 딸들을 굽어보시는 것이었다.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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