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우 - 부쳐 먹다시(詩)/김선우 2016. 1. 3. 09:44
강원도 산간에 비탈밭 많지요
비탈에 몸 붙인 어미 아비 많지요
땅에 바싹 몸 붙여야 먹고 살수 있는 목숨이라는 듯
겨우 먹고 살만한
'겨우' 속에 사람의 하늘이랄지 뜨먹하게 오는
무슨 꼭두서니빛 광야같은 거랑도 정분날 일 있다는 듯
그럭저럭 조그만 땅 부쳐먹고 산다는……
부쳐 먹는 다는 말 좋아진 저녁에
번철에 기름 둘러 부침개 바싹 부치고
술상 붙여 그대를 부를래요
무릎 붙이고 발가락 붙이고 황토빛 진동하는 살내음에 심장을 바싹 붙여
내 살을 발라 그대를 공양하듯
바싹 몸 붙여 그대를 부쳐 먹을래요
(그림 : 정지석화백)
'시(詩) > 김선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선우 - 도솔암 가는 길 (0) 2016.01.03 김선우 - 개부처손 (0) 2016.01.03 김선우 -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0) 2016.01.01 김선우 -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0) 2015.05.24 김선우 - 간이역 (0) 201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