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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시(詩)/김선우 2016. 1. 1. 07:06
차가운 무쇠 가래떡 기계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김 오르는 따듯한 살집 같은
다정한 언니의 영원한 발목 같은
뜨거운 그리운 육두문자 같은
배를 만져주던 할머니 흰 그림자 같은
눈물의 모음 같은
너에게 연결되고 싶은 쫄깃한 꿈결 같은
졸음에 겨운 흰 염소 눈 속에 부드럽게 흰 느린 길 같은
노크하자 기다랗게 뽑아져 나오는 잃어버린 시간 같은
안심하고 두 손에 받아들어도
무기라고 의심받지 않을 기다란 것이
말랑하고 따듯한 명랑한 웅변처럼!
떡방앗간에서 우리 만날까요
차가운 기계에서 막 빠져나오는 뜨거운 가래떡 한 줄 들고
빼빼로 먹기 하듯 양끝에서 먹어 들어가기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쯤 만나도 좋은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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