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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네시(詩)/김선태 2015. 5. 22. 17:05
내가 뱉어 놓은 말들이 나를 끌고 가지 못할 때
나는 눈을 감네
어둑한 공터 옆에 쭈그린 내가 있네
누추한 기관고장의 트럭처럼 멈춰 있네
젊음이라는 쓰다 만 폐품같은 이름표를 달고
가난이 진열된 거리를 지나왔네
나는 거기에 오래 눈길을 주었지만
그것들을 내 속에 온전히 품을 수 없음을 알았네
나는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네
술집 구석에 처박혀 있는 어떤 슬픔도 내 것이 아니었네
그래, 버려진 트럭처럼 녹슬고 있는 나날
다시 기관을 정비하고 굴러가고 싶은데 움직이지 않는 것
답답하다는 페인트 글귀가 내 온 몸뚱이에
아무렇게나 휘갈겨진 이 희망 유예의 봄날
어김없이 복원되는 풀과 나무처럼
나도 다시 일어나서 활발하게 꽃피고 싶네(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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