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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가 도는 것은
누군가의 채찍질이 있기 때문이다
조무래기들의 채찍질까지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따악 따악, 아프게
매 맞으며 조금씩 제 몸 일으켜 세우는 팽이
끊임없는 채찍질로 정신이 뜨여 빠르게 돌더니
마침내 스스로 도는 줄도 모르고 멈춰 선 지점저 무아지경의 황홀한 천착
저 꼿꼿한 자립(自立) 또는 자존(自存)그리하여 팽이는, 천형의 팽이는
울음소리도 어지럼증도 미동마저도 없이
팽팽한, 한 송이 고요를 피워 올리는 것이다
잠깐, 세계의 숨통을 바짝 조이기도 하는 것이다(그림 : 허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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