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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넘어 산비탈을 따라 길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굽이굽이 허리를 꺾으며 진양조 서러운 가락을 뽑고 있다
청산도에 봄이 와서 산도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데, 하도나 푸르러서 죄 없이 눈물나는데,
술 취한 듯 술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오른 길이 하나 비틀비틀 내려오고 있다
내려오다 다른 길들을 만나 중모리 중중모리로 얼크러지고 있다
서로 얼크러져 한바탕 질펀한 춤으로 바뀌고 있다
돌담에 피는 아지랑이며, 봄바람에 살랑대는 보리밭, 유채꽃밭 나비들도 덩달아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저물도록 맺히고 풀리고를 반복하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은 그대로 절창이다 신명나는 춤 한마당이다.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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